노트북과 호미가 공존하는 새로운 일의 방식
8월 마지막 주 토요일,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오후 4시에 자동차 정비소 대표님과 웹사이트 만들기 코칭을 시작했다. 줌을 이용해 화면을 연결해 코칭한다. 네이버 블로그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하신 대표님은 사업 확장에 맞춰 더 전문적인 웹사이트가 필요했다.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유튜브 채널 계획도 있어 웹사이트는 필수였다.
10년 넘게 자동차 정비 관련 스터디를 운영하며 실력을 쌓은 대표님은 3호점 오픈을 앞두고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객은 늘 넘치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온라인 노출 확대를 하고 싶어 하셨다. 우리는 워드프레스의 아바다 테마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테마로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하기로 했다.
메인 컬러를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컬러헌트 사이트를 뒤적거렸지만, 결국 아바다 테마의 샘플 디자인을 참고했다. 대표님의 로고와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았을 때 대표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정비소와 대표님의 실제 사진을 메인 이미지로 추천했다. 진정성 있는 모습이 고객 신뢰에 중요하다고 설명드렸다.
약속한 2시간이 지났는데도 대표님의 열정이 대단했다. 그 흐름을 끊기 싫어 밭에 노트북을 들고 갈테니 계속 작업하시길 제안했다. 사실 오늘은 김장배추를 심어야 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배추 심는 시기를 놓치면 제대로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9월이 되기 전에 심어야 김장철에 맞춰 수확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이 날을 놓칠 순 없었다.
나는 배추를 심으며 대표님의 질문에 답했다. “사이드바를 없애는 법을 모르겠어요”, “블로그 페이지를 봐주세요”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호미로 땅을 파다 말고 노트북 앞으로 달려가 마진 값을 조절하는 법을 설명하는 모습이 참 우스웠다. 한 시간 넘게 웹사이트를 만들고 배추를 심었다. 웹사이트와 배추가 함께 자라는 모습, 대표님의 열정과 내 서투른 농사 실력이 어우러진 하루였다.
배추를 참 좋아한다. 겨울 내내 쌀과 함께 중요한 먹거리다. 하지만 배추 키우는 건 잘 못한다. 퇴비만 뿌렸을 뿐이다. 살충제는 냄새가 독해서 안 뿌렸고, 비료도 구입하지 않았다. 농사에 소홀한 탓에 수확철이 되면 주변에서 배추를 나눠준다. 그래도 매년 심는다. 흙을 만지는 즐거움, 무언가를 키우는 보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시골에서 마케팅 코치를 하는 일은 특별하다. 도시의 빠른 템포와 농촌의 느린 리듬이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최신 디지털 트렌드를 따라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내 일이다. 오늘처럼 노트북을 들고 밭으로 나가 코칭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편리함과 시골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이 기회는 정말 특별하다. 최신 기술을 다루면서도 자연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이 삶의 방식이 얼마나 귀중한지 매일 깨닫는다. 이른 아침 텃밭에서 야채를 가져다 아침 식탁을 차리고, 노트북을 열어 작업할 때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를 실감한다.
이런 균형 잡힌 삶이 나를 더 나은 코치,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도시와 시골 양쪽의 장점을 경험하며, 나는 더 넓은 시야와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들에게 더 다양한 관점과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이 특별한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도전과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